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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Cerritos Heritage Park 해가 질때까지 오리와 남생이를 바라보며 아이는 행복해 했다. 말은 안 통해도 무리에 섞여 신나게 놀다가 해가 지니 집에 가야한다고 하자모래 묻은 손을 툭툭 털고 일어나 그 보드랍고 말랑한 작은 손으로 내 투박한 손을 잡아 끌더니 엄마, 해가 집, 가? 아직은 문장구사가 안되던 그 해 여름. 우리 뒤를 쫓아 집으로 돌아가던 해의 발자욱.
Los Alamos - Alamo Motel 1 night 엘에이에서 피스모까지 올라가는 길에, 잠깐 길에서 벗어서 로스 알라모스에 들러 가기로 했다. 기존에 가 봤던 길이 아닌 곳을 고르고싶었고, 산타 바바라의 호텔 값이 비싸기도 했고, 생소한 로스 알라모스 라는 지명 이름도 마음에 들었다. 보통 구글엔 뉴멕시코의 로스 알라모스가 나오지만, 잘 찾아보면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 로스 알라모스가 나온다. 그렇게 큰 기대를 하고 찾아간 마을은 아니지만 모텔 앞의 커다란 나무에 걸린 그네는 마음에 쏙 들었다. 앉아있기엔 엉덩이가 무척이나 베기지만햇살이 점점 짧아지는 걸 보며 잠시 걸터 앉아 있기에는 최고의 장소였다. 오래된 나무의 냄새도, 길 가의 먼지 냄새도, 슬슬 저녁시간을 맞이하는 작은 마을의 음식 냄새..
BanyanTree Hotel, Bangkok 태국 어디에서도 이렇게 높은 곳에서 잠을 청해 본 적이 없다. 해변가의 매트리스 푹 꺼진 방갈로, 방콕 근교 사진만 멋드러지게 올라와있던 4면이 타일이었던 작은 3층 방, 침대 두개만 달랑 있던 카오산 로드의 2층 게스트하우스, 푸켓 호텔의 보송보송했던 시트, 사무이의 꽃 잎 떨어져 있던 일층 방 - 좋은 방도 나쁜 방도 있었지만 언제나 최고의 순간이었다. 딸과 함께 처음 온 태국. 방콕을 이렇게 위에서 바라보다니 내가 알던 그 곳이 아닌것 같아 더 이국적으로 다가왔다. 서늘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내게 찰싹 붙어 세근세근 잠을 자는 아이의 살냄새를 맡으며 즐기던 오후 한 낮. 내 여행에서 이 시간은 늘, 어딘가 분주히 돌아다니느라 바빴는데, 이제 매일 오후..
처음 이 그림을 봤을때(사진이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이힐 굽에 달린 보석들이 그녀가 흘린 눈물같아 한참을 서있었다. 디올 딱지가 박힌 배경따위는 중요치 않았고, 흙이 묻고 빗물이 흘러내리는 채로, 까만 자동차오일(내 추측으로)이 뒤꿈치에 묻을 줄도 모르고, 그녀는 얼마나 길을 내달렸을지가 궁금했다. 무엇이 그녀를, 가장 빛나는 자리에 있어야할 구두를 신고 저리 아픈 마음으로 위태롭게 서 있게 만든것일까. 큰 방울 하나, 똑 떨어져 그녀의 심장을 적시고작은 방울 하나, 뚝 떨어져 그녀의 손등을 흐르고또 큰 방울 하나, 똑 떨어져 그녀의 구두코에 맺히고또 작은 방울 하나, 뚝 떨어져 뿌옇던 그녀의 시야를 트이게 만든다. 아무 일 없이, 오늘은 괜히 울고 싶어지는 밤이다. 문득, 지금은 딱히 울만..
팜스프링스에 도착하자 마자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다가 만난 미술관. 산(이라고 하기엔 좀 낮지만) 아래 오도카니 자리한 미술관은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거인마냥 자리해있었다. 일단은 카페에 들어가 안내책자와 인터넷을 뒤지며 팜스프링스 시내에 대한 정보를 재빠르게 머릿속에 집어넣고 나오면서 전시중인 프로그램을 보니, 하이힐에 관한 전시가 있어 눈여겨 보았다가 다음날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들렀다. 하이힐을 신고싶지만, 선척적 어려움 ( 발볼에 살이 없어 구두류를 신으면 모든 체중을 엄지발가락이 받아 늘 발톱이 깨지고 유난히 발이 아팠는데, 그게 볼살이 없어서 더 심하다는 걸 얼마전에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발볼로 일단 중심?을 잡아주니 발꼬락에 힘을 주고 걷지 않더구만. 헐..
해가 쨍쨍하던 그 수요일이 몹시 그립다. 좋아하는 라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나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그와 마셨던 아주 진한 라떼 한 잔의 향이 코끝에 간지럽게 맴돌았지만, 지도상에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커피샵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건물을 한 바퀴 빙 돌아서 발견한 카페테리아에도 다른 종류의 커피샵 커피가 놓여져 있었다. 그 커피 한잔을 위해서 다운타운까지 나온 이유로 충분했는데 결국 마시지 못했다. 인터넷도 되지 않아 구글에서 찾아볼 수도 없는 상태로, 건물 앞 분수대 앞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 아직 코 끝에 남아있는 그 라떼를 조금 햩아마셨다. 할짝. 그 때 작은 종이 버스 티켓을 나눠 쥐고 우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짝. 필모어에서 내릴까 리틀인디아 근처에서 내릴까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