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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쓸쓸한 저녁 차가운 방, 빈 술병과 잔 속에 가물거리는 촛불이 녹아 흐물거리고창 밖 풀잎 위에 비가 내린다. 추위에 떨며, 잠시 쉬기 위해슬픈 마음으로 다시 눕는다. 아침이 오고, 저녁이 오고언제까지나 되풀이 되는데 그대는 오지 않는다. 헤르만 헤세. 1988년... 팔팔 올핌픽이 올리던 해. 중학교 일학년이었던 철부지 나에게언니가 '신진서점' 에서 사온 이 책은 너무나 어려운 책이었다. 당시엔 서점에서 책을 사면 비닐로 책을 싸주었었다. 그 비닐 채 그대로, 언니 책장 안에 있다가 언니가 결혼하면서 내가 가지고 왔다. 88년 이후, 내가 이 책을 다시 꺼내 읽기까지.. 헤르만 헤세가 누구인지 알기 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 이후 그 문장 하나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또 많은 시간이 흘렀다...
2006. Koh Samui, Thailand 나는 나의 직업을 사랑하고 있지는 않았고, 그것에 충실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내게 있어 의심조차 없이 어딘가에서 새로운 만족을 찾아낼 수 있을 세상에 대한 하나의 길임에 다름 없었다. 그 만족은 어떤 종류의 것이었을까? 세상을 보고 돈을 벌 수는 있었다. 무언가 실행하거나 계획하거나 하는데 있어 부모에게 사과할 필요는 없었다. 일요일에 맥주를 마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정작 해야 할 일은 아니었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생활의 뜻은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본래의 뜻은 어딘가 다른, 좀더 깊고 아름답고 신비적인 데에 있었다. 그것은 소녀나 사랑과 관련되어 있다고 나는 느끼고 있었다. 그곳에는 깊은 기쁨과 만족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