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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 사람들은 말한다. 모든 것을 팽개치고 떠나다니 얼마나 용감한가. 직접 볼 수 는 없지만 사람들이 '용감하다'는 단어를 연발할 때 내 얼굴에 나타나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용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행동이었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사실 어찌 보면 진실은 정반대였다. 길을 떠나도록 내 등을 떠밀었던 것은 두려움과 낙담, 분노가 섞인 복잡한 감정이었다.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삶에 영원히 덜미를 잡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남들은 다 가지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낙담, 나를 본 체도 않고 지나가버린 모든 것들에 대한 분노.++++++++++++++++ Italian Joy by 칼라 컬슨 어정쩡한 역마살을 사주에 타고난 나는, 다른 여행자들처럼 어려서부터 전 재산을..
O'Keeffe in white coat dress at the studio sliding door with red chow dog Jingo. She sais, "Let's get this over with." I said, "Good-bye." shook her hand. She said, "Good-bye." I said, "See you next time." She said, "Good-bye." I left by the big gate. Last time I saw her. She simply stood there in the evening light. July, 1979. C.S. Merrill 1973년부터 79년까지 조지아 오키프의 비서, 요리사, 간호사, 혹은 친구로 지내온 C.S. Me..
약간은 하얀 입김이 사람들 입술주변에 맴돌아 사라지던 때- 그가 말했다. 나는 널 만나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웨이터가 가져다준 작은 에스프레소 잔 크기만한 재털이에 하얗게 마른 재를 떨어내며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넌 날 만나서 네가 못하는게 있다는 걸 알게됐잖아. 마른기침을 하고, 다리를 다시 바꿔 꼬고 자세를 바꾼 그가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자욱을 뒤쫒으며 말했다. 내가 못하는게 없다라는걸 느끼고 살때가 더 좋았어. 지금의 나는 이도저도 아닌, 처량한 중년일 뿐이야. 차갑게 식은 달달한 코코아를 바닥이 보이도록 크게 한 모금 마시고 그녀가 말했다. 백년도 못사는 인생동안 이런 사람 하나 만나는것도 나쁘지 않잖아. 길가던 관광객 한명이- 그들 옆 테이블에 잠시 앉아있더니, 마침 건물벽에 쏘아 올린 나..
Banteay Kdei & people in Angkor + 반띠아이 끄데이 그리고 앙코르 사람들, 캄보디아 톤레삽 호숫가에서 만난 아이의 눈에는 건조한 먼지 날리는 한길을 달리고, 부실해 보이는 나무를 이러저리 엮어 호숫가에 방 하나짜리 집에서 온 가족 다 같이 살고, 넉넉치 못한 음식과 더러운 식수로 늘 잔병이 끊이지 않는 고단할 법한 삶의 무게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타지역 아이들처럼 센스있게 한국말을 배워 '원달러, 천원만!' 이라고 외치며 작은 고사리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들이댄 카메라가 신기해 마냥 웃어주고, 쑥쓰러운 듯 베시시 다리를 꼬며 서있었다. 그 아이의 행복한 하루를 나의 이기적인 잣대로 고단한 삶을 산다고 단정지어 불쌍해 할 자격은 없다. 톤레삽 호수가는 길. 잠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