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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2009> 루브르 박물관 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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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2009> 루브르 박물관 2

isygogo 2009. 9. 4. 20:44
루브르는 정말 컸다. 위아래로 빼곡히 그림들이 걸려있었고, 방 마다 방마다 기웃기웃 하며 보는것도 반나절이 지나니 힘에 부쳤고, 점심먹고 나서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루브르 박물관 지층에 있는 의무실에 가서 두통약도 얻어먹었다. -_-
그림을 보는건, 굉장한 체력과 인내를 요하는 일이었고, 처음의 명화를 직접 본다는 기대감과 설레임도 5시간이 지날 즈음에는 완전히 사라져, 무겁고 딴딴해진 두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닐 지경에 이르렀다.

그 긴 복도와 많은 방들과 커다란 홀들을 걸어다니며 내가 걱정이됐던건... 그 옛날, 저 쪽 회랑 끝에서 누군가 심부름좀 시킬라치면, 도대체 어떻게 부르고 어떻게 다녔던 걸까,,, 하는 거였다. 디긋 자 형으로 되있는 건물 끝에서 심부름 시키면 또다른 건물 끝까지 얼마정도의 시간이 걸렸을까??

드농 관에서 쉴리 관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사모트라케의 니케상.  역시나 기념사진 찍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루브르 대표 작품답게 곳곳에 모나리자 찾아가라는 안내판까지 붙어있다.

기계도, 컴퓨터도, 캐드도 없던 시절... 어떻게 저렇게 딱. 맞게 조각하고 그려놓고 할 수 있었을까... 정말 신기해...


이것이, 그 유명한 암굴의 성모...  그림도 좋았지만, 특이한 판넬의 조각패턴도 재밌었다.

여기에서는 모나리자 보다는 라 조콘다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것 같다. 두터운 유리벽안에서 전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을 살짝 비웃으며 앉아있는 조콘다 부인... 가까이 갈 수도 없어 제대로 볼 수도 없어서 나는 그냥 그랬다.

플래시 금지라고 써있으면 제발 좀 찍기 전에 플래시 비작동으로 해놓고 찍으란 말이닷!!!

방 끝에서 봐야 그림 전체가 보이는 루브르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중 가장 큰 캔버스에 그려진 베로네세의 가나의 결혼식.
가운데 그리스도가 있고, 포도주가 떨어지자 마리아께서 어떻게 좀 해보라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고, 오른쪽 노랑색 옷의 남자가 물병을 따르자 물이 포도주로 바뀌었다는 소재의 그림이다. 예수가 행한 첫번째 기적이라고 했던가...

'사계'라는 제목의 그림... 각 계절에 나는 과일과 야채등으로 사람을 표현했다.

관광 4시간정도 지났을 즈음... 다리는 땡겨오고, 머리는 아파오고... 결국 다시 중앙 피라미드 아래로 돌아가 의무실에서 아스피린 얻어먹었다. 루브르와서 두통약 먹은 애는 흔치 않을게야... -_-



너무 많은 그림들이 너무 훌륭한 대작들이 이렇게 빼곡히 붙어있다면,, 누구라도 나중엔 좀 질리게 될테야...
그래도 나는 약 8시간을 머물면서 대부분의 방은 다 들어가봤다. 힘든 고난의 여정이었다. 중간 중간 만나는 재밌는 그림들때문에 다음엔 뭐가, 이 다음엔 뭐가 있을까 생각하며 버텼다.

이 그림 보자마자, 친구 딸 도유가 생각났다. 많은 초상화들중에서 아주 낮익은 얼굴같은 기분이 드는걸 보니...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오는 유전자의 힘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지금도 가끔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얼굴들... 17세기에도 그 얼굴들이 이 거리에서 웃고 울고 차를 마시고 사랑을 하고 그랬겠지...

드농관의 끝.없어 보이는 홀. 양쪽으로 13-17세기까지의 이태리 회화 작품들이 걸려있다.


생각보다 컸던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맨 앞에 누워있는 사람 중 한쪽은 성난 민중들에 의해 피살된 민중이고, 한명은 궁 소속 군인이다. 관광객의 머리에 살짝 가려졌지만, 왜 저 분 바지가 벗겨져 있는지는 알수없다.
오른쪽 마리안의 옆에서 비슷한 포즈로 서있는 아이가 레미제라블의 모티브가 된 아이라고 한다. 마리안의 옆에서 장총을 들고 실크햇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은 화가 본인이라고 한다.

그 당시로는 처음으로, 실제 있었던 사실을 그림으로 그렸다고 해서 큰 이슈가 됐다는 메뒤즈호의 뗏목. 제리코의 그림이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로, 배가 좌초되자 뗏목에 의지해 도움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중간에 점점 죽어가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주변의 시체를 뜯어먹으며 구조될때까지 버텼다고 한다. 수평선 끝으로 보이는 돗대를 발견한 그들의 기분은 얼마나 가슴벅차고 또 얼마나 가슴아프고 그랬을까...

늘어난 허리와 엉덩이가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앵그르의 그랑 오달리스크. 나폴리 왕국 카를리네 여왕의 주문으로 제작된 그림이다. 오달리스크라는 뜻은 터키어로 술판의 욕정을 충족시켜주던 하렘의 여인들을 말한다.

다비드의 나폴레옹 황제의 대관식. 1804년 파리 노틀담 사원에서 행해진 황제의 대관식 장면이다.
교회와 대립관계였던 나폴레옹이 교황을 대관식에 초대한 후, 교황이 본인의 머리에 왕관을 씌우려하자, 교황의 의도와는 달리 나폴레옹이 선채로 관을 받아 들고는 스스로 월계관을 쓴 후, 조세핀에서 직접 왕관을 씌워주는 장면이다.
다비다는 이 장면을 위해 직접 대관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조세핀이 걸치고 있는 옷의 부드러운 털의 느낌까지 생생하게 전해지는 그림이다. 물론, 본인의 계획에 차질이 생겨 망신당한 교황의 뽀루퉁한 얼굴도 놓치지 말것..

루이 15세 대관식 완관이 놓인 아폴로 갤러리. 화려함을 넘어 입이 떡 벌어지는, 전혀 현실같지 않은 방...







로마 시대 쓰여지던 은식기라고 한다. 폼페이가 화산에 묻히기 전, 사치스럽던 로마 사람들이 파티를 즐길때 사용하던 것이라고 한다. 정교한 세공솜씨.... 그리고 매우 아름다운 모양새...

큰소리 잡담금지, 플래시 사용 금지... 제발 지켜주시요...

리슐리외관 끝에 나폴레옹 3세의 아파트가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장식장, 의자, 태피스트리, 초상화, 촛대---  대부분의 방안에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는 물건들. ^^


너무나 아름다운 문양의 회중시계... 결국, 유행이란건... 새로운것의 창조가 아닌, 옛것의 반복인거 같다. 옛날 것들을 보니까,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가구에서도, 물건에서도, 의류에서도... 모든게 이 당시에도 있던 것들이었다.






루브르의 유명작품 중 하나... 가브리엘 자매... 앙리 4세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가브리엘 데트레와 그녀의 여동생을 그린 초상화다. 앙일 4세가 매우 좋아했다는 그녀의 가슴을 동생이 살짝 시기하듯 비틀고 있고, 가브리엘이 들고있는 반지로 미루어 곧 왕과 결혼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가브리엘 자매를 슬쩍 모방(?)한 위트넘치는 작품. 그린이 찍어온다는걸 잊었다..



7시쯤 루브르를 나와 유리 피라미드 앞에서 잠시 멍한 머리를 식히고 있는데 왠 아저씨가 다가와 춥지 않냐고 물었다. 춥지 않다고 말하니, 자기는 스페인에서 왔는데, 거긴 너무 핫핫. 한데, 여기는 너무 콜드,콜드하다며 몸서리를 쳤다. 살짝 웃고 말았더니 어디서 왔냐길래 서울에서 왔다 하니까, 오우- 코리아! 하면서 자기 비즈니스 때문에 한국에 자주 간다면서, 한국 사람들 매일 "빨리 빨리, 바빠, 바빠"라며 꽤 능숙한 한국말로 말을 했다. 내가 막 웃었더니, 갑자기 자기 지갑을 꺼내 보여주는데, 인사동에서 파는 김홍도의 풍속화가 그려진 지갑이었다. 그러면서 본인은 자라의 디자이너라기에 이런 저런 얘기를 떠듬거리며 하고 있는데, 아니 이 아저씨 갑자기 자기 호텔앞에 너무 이쁜 섬이 있다면서 가자고 한다. -__- 순간 뭐야.. 라는 생각에, 얼굴엔 미소를 잃지 않고 친구가 지금 오고 있어서 갈수가 없겠다고 매우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주었다..  그 아저씨.. 정말 ZARA  디자이너였을까?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