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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중고등학교때는 때만 되면 늘 그렇고 그런, 빛바래고 유치한 색감의 삐걱거리는 소리마저 내지르는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를 타러 소풍가는게 지겨웠었다. 그나마 놀이기구를 탈 수 있으면 나았지만, 동물원이나 식물원으로 소풍장소가 정해졌을때는 반 전체 아이들이 합심하여 땅이 꺼져라 크게 한숨을 쉬곤 했었다. 졸업을 하고, 이제는 50명이 우루루 같이 몰려다니며 김밥을 까먹고 단체사진을 찍는 일이 없어지면서 부터는, 동물원이나 식물원같은 단체활동이 아니면 좀처럼 가기 힘든 곳에 가는것이 좋아졌다. 외국에 가더라도, 이제는 꼭 한번은 동물원에 들르게 된다. 어려서 동물원이란곳에 좀처럼 다니질 않아서 그런가,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들어가는 입구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동물원에 혼자 무슨 재미로 가냐 라고 언니가 핀잔을 주..
Pittsburgh, 2004 천막을 치고 나는 네게 편지를 쓴다. 여름 하룻날 이미 기울어지고 푸르스름한 하늘속에 눈부시게 피어오르는 꽃송이 피기도 전에 시들어가는 요란한 저 포화(咆火)! 엽서(작자미상) - 출처는 그 옛날 어느 의류 카다로그.
2004년 피츠버그 카네기 미술관에서 듀안 마이클스를 만났다. 피츠버그가 고향인 듀안 마이클스는 이 카네기 미술관 미술 아카데미에서 앤디 워홀과 함께 미술수업을 들었다고 했다. 고향집에 관한 책을 내 겸사겸사 피츠버그까지 오셨었나보다. 간단한 렉쳐가 끝나고 사진집에 싸인도 받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너무 떨렸던 이날 밤... 늦게까지 신나서 사람들과 술을 마셨었다. 다른 유명한 사진집보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 사진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손수 적어 내려간 필기체로, 스러져가는 고향집과 고향마을에 대한 씁쓸함과 안타까움등을 담담히 적어내려간 책이기 때문이다. 그의 어린시절에 대한 얘기도 있고, 집앞으로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무슨 꿈을 꾸었는지 그 때의 추억을 얘기하고 있어서- 왠지 진짜 위대한 예술가가..
Pittsburgh 2004 타쿠야에게- 지금까지 편지 안써서 미안해. 누나는 잘 지내. 누나는 자신을 좀 더 강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렇지가 않았어. 가족도- 연인도- 오랫동안 함께 있을때 가장 중요한건- 말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어. 얌전하게 될수 있는 한 거짓웃음을 짓고 있으면 트러블 없이 지낼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어는샌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관계가 되버린건 불행한 일이야.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는 거라고 생각해. 그 헤어짐이 두려워 누나는 무리를 하고 있었어. 그렇지만 만나기위해 헤어지는 거라고 방금 깨달았어.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지는건 하나도 울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누나가 말하는건 설득력이 없지만- 타구야는 나쁘지 않아. 정말 훌륭해. 누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도망쳤지만 ..
Pittsburger + 피츠버거, 피츠버그 http://www.primantibros.com/ 미국에 오면 맛있고 큰 점보 사이즈 햄버거를 매일매일 먹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즐겨먹은 건 내 손바닥 보다 작은 웬디스의 99센트 햄버거였다. 가난한 연수생에게는 레스토랑이나 카페테리아에서 5불, 6불 주고 먹는 칠면조 샌드위치에 스타벅스 커피 한잔은 사치에 가까웠다. 한달에 한번 정도, 그동안 싸구려 패스트푸드와 싸늘히 식은 집도시락에 시달린 위장을 달래주러 사치를 하러 갈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제일 많이 갔던 곳이 프리만티 브로스 레스토랑이었다. 처음 언니 소개로 이 식당에 왔을때, 그 크기에 한입 벌어지고, 그 양에 한입 벌어지고, 모든게 하나로 이루어진 황당한 모양새에 또 한입 벌어졌다. 일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