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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그 깨기 싫은 꿈속에는... 지척에 두고 만날 수 있었던 많은 네가 있었고 어디든지 같이 갈 수 있었던 내가 있었고 그 파란 하늘 아래 네가 있었고 하얀 공기속에 숨쉬는 내가 있었고 늘 내가 기억하는 그 눈속에 약간은 낮선 내가 있었고 남이 흔들어 깨우는 꿈은 되기 싫어서 나 스스로 눈 뜨고 일어나는, 달콤해서 눈물나는 꿈. 아... 놀다 일하려니 정말 힘들고나...
제때 밥을 먹고, 제때 빨래를 하고, 제때 양말을 깁는다. 그리고, 허리는 꼿꼿이... 일상의 기본이 때로는 제일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입맛이 변한걸까. 미각이 떨어진걸까. 어떤 커피를 마셔도 맛이 없다. 사실, 요즘 뭘 먹어도- '맛'을 느끼질 못하겠다. 무엇을 먹어도, 넘어갈때 혀 안쪽의 쓴맛만이 느껴진다. 그동안 먹고 싶었던 것들 하나씩 먹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넘어갈때는 늘 같은 맛이 나... 씁쓸한 맹맛. 주말에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식탁대신 책상에 앉아 저녁대신 맥주를 마시며 드라마 보며 퍼져있으니.. 아. 집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까지만... 딱. 무기력해져 있을께.
여름에 가보려고 했다가 결국 못가고.. 이번에 다녀왔다. 사진으로 봤을때는 엄청 클줄 알았는데, 위로 쭉 뻗고, 가로 회랑이 좀 좁았던 교회. 하지만, 교회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와 기둥에 새겨진 문양들 보는 재미에, 하얀 입김이 훅훅 나오는 추운 공기도 하나도 거슬리지 않았다. 햇빛날때 갔었으면 더 좋았을껄..
마지막 아침. 마지막 커피. 그리고 마지막 쇼콜라쇼. 마음은 갈피를 못잡고 허공을 떠돌고, 말로 할 수 없는 아쉬움에 그냥, 고개만 숙여. 안녕, 금방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