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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새로운 팀과 처음갔던 출장지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3박 4일동안 밤마다 벌어지는 술잔치로 힘들었던 게 제일 먼저 생각난다. 새벽비행기를 타기 전 잠깐 쉬고 있던 나를 깨워, 옆방으로 불러 가보니, 이미 사람들은 침대 하나를 접어 카페트 위에 맥주 한 박스를 주루룩 늘어놓고 있더라. ㅎ 날이 추워지고, 기침이 시작되고 콧물이 흐르고, 코가 헐기 시작하니... 해 지기 전 잠깐 들렀던 남쪽 작은 마을 바닷가의 따뜻한 물빛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얼마나 컸으려나 저 아이... 제 사진 찍어 달라며 풍덩풍덩 다이빙을 몇번을 하던 작은 차모로 아이.
우리나라 다섯개의 슬로시티 중 개인적으로는... 제일 괜찮았던 곳이 신안 증도다. 기름이 없는 걸 모르고 휴게소를 지나쳐와 다음 휴게소까지 미친듯이 마음을 졸이며 제발 서지 않기를 바라며 달린 늦은 밤 고속도로에서의 추억이 있는 여행지기도 하다. 뭐, 결과적으로는 아무 사고없이, 애니카 도움없이 휴게소에 도착해, 오일 탱크를 꽉꽉 채워놓고 밤늦게 신안에 도착했다. 증도로 들어가기엔 너무 늦어 신안 근처, 제일 깨끗해보이고, 제일 커다란(근방에서 유일한 6층짜리 건물이었다) 모텔을 골라 하룻밤 지내기로 했다. 작년에 있었던 F1때문에 지어진듯, 한적한 주택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새 건물이었지만, 커다란 트윈베드와 싱글 베드 두 개가 있는 나름 그 모텔 최고의 스위트룸에서 맥주 한캔을 마시며 머리를 맞데..
정동진 2002 있잖아, 꼭 한번은 드라마나 신파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실연의 아픔을 가지고 해가 떠오르는 바닷가에 서서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해보고 싶었어. 닭한마리에 맥주 두캔을 사들고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기차표 두장을 끊어서 밤새 느릿느릿한 속도로 달리면서 우리 참 많은 얘기 했던거 같아. 밤새 해도 모자를 듯했던 우리 얘기는 졸음에 못 이겨 2시간만에 끝나버렸지만- 나 아직도 네가 나에게 해준 한마디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너의 입김으로 하얗게 변해버린 창문을 통해 자는 너를 바라보던 나의 눈도 기억하고 있어. 이른 새벽에 도착한 정동진역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었고, 해변가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사람들도 많았지. 그 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서, 한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