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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프랑스의 첫 인상은 온통 비였고, 쟂빛하늘이었다. 출장으로 잠깐 갔던 3박 4일동안 거의 매일 비가 왔고, 온통 회색빛 하늘에 음침하기 그지 없었다. 낭만이라곤 없이 카메라 비 맞을까 품 안에 품고 습기와 물에 젖어 한국무용에나 어울릴 쪽머리를 해서 돌아다녔다. 연예인 3명을 따라다니며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지만 오후에 호텔에서 마시는 차가운 맥주 한 잔은 꿀맛이었다. 낭만따위 없는 축축한 출장 후, 또 파리에 올 일이 있을까 했는데 이년 후 언니 시조카의 결혼식 참석차 다시 갔을 때는 내가 알던 파리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렇게나 활기 넘치는 도시였다니!! 여름의 파리는 더웠지만 싱그러웠고, 온통 초록 세상과 연노랑 크림색과 그레이(건물과 지붕)의 세상이었다. 골목 골목, 발 걸음 내딛는 모든 보도블럭마..
처음 이 작업의 구상은 아이가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예전에 촬여할때 쓰던 글자판으로 놀아주면서였다. 글자 하나하나 모아 단어를 만들어 읽어주기도 하고, 의미없는 글자들을 만들어 집도 만들고 새장도 만들고 강아지도 만들었다. 그러면서 아이가 만들어내고 그림그리는 모든 작고, 웃기고, 하찮고, 때론 너무 기발한 것들은 나중을 위해 남겨두고 싶었다. 그렇게 하나 둘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수집하고, 분류하고,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 살면서 늘 소중히 간직하고 살아갔음 하는 단어들을 골라 사진으로 찍기 시작했다. 첫번째는 스마일... 그리고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클레이... 그냥 뭉치기만 했던 쓰레기같던 클레이가 점점 하나의 모양이 되고, 이야기를 담아내게 되며 우리는 많은 시간을 재밌게 보..
먹을 게 너무 많아 후쿠오카에서는 라멘집에 한 번 밖에 못갔다. 평소엔 잘 안 먹는 아침도 열심히 챙겨먹고 다녔는데, 라멘도 먹어봐야지 하고 찾다가 이찌란 라멘은 오사카에서 먹어봤고, 하카타 라멘도 홍대에서 (하카타분코에서 라멘시작) 먹어봤고, 마제소바도 서촌(칸다소배)에서 먹어봐서,, 안 먹어본 라멘집 위주로 서치 시작... 텐진역 뒷골목에 자리한 사이폰으로 육수를 내린다는 라멘집 발견... "오오시게 쇼쿠도" 또 걸어야 한다고 입이 댓발 나온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 십분 정도 걸어 도착했을때 우리가 첫 손님(오픈하고는 아니고 마침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으로 들어가 하나뿐인 4인 테이블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직사각형 모양의 내부에 길게 바 스타일의 좌석이 있었고, 그 위로 사이폰들이 주루룩 대기중- ..
어렸을 적 프라모델로만 접하던 건담을 실제 크기로 재현해 놓은 라라포트. 가는 길이 애매해 안가려고 했지만 아이 눈에 들어 온 VS park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날 방문했다. 조카님과 남편은 쇼핑가고, 나랑 따님은 2시간동안 알차게 VS park 에서 놀다 나왔는데, 남편이 발견한 동물카페 구경하다가 들어가고 싶다는 아이들 성화에 표를 끊었다... 애들만 들여보내고 쇼핑좀 할까 했는데 보호자가 있어야 한데서 눈물을 머금고 거금 지불... + 성인 1,320 소인 880 (음료 330엔씩 필수) + 앵무새, 부엉이, 기니피그, 병아리, 도마뱀, 염소(?), 뱀, 나무늘보도 있었으나 그 중 최고는 바로 카.피.바.라 - 생각보다 컸고, 잘 먹고, 순하고- 무조건 귀엽다... 무조건 표정만으로도 웃음..
처음 이사왔을 때 이 자리엔 동네 버스 차고지가 있었다. 평창동에서 출발해 자하문터널을 지나 경복궁을 들러 서울역에서 남영동까지 ㅡ 학교 다닐때, 지하철 탈때, 교보문고 갈때, 서울역갈때, 남영동 KFC 갈때도 135번 버스를 탔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제일 많이 탄 버스가 아닐까싶다. 유일하게 시내(시내면서 시내같지 않은 동네 특성상)까지 한번에 갈 수 있고 ㅡ 집에 올 땐 종점까지 와서 내리면 되느 잠이 들어도 괜찮았다. 세월이 지나 차고지는 북악터널 지나 이사를 갔고 이층짜리 멋 없는건물이 생기고 ㅡ 엄마가 집을 내 놓을때 자주 갔던 협신부동산이 그 자리에 있었고 ㅡ 그 건물과 맞닿은 언덕배기 사이 지름길로 참 많이도 뛰어내리고 올랐다. 언제가부터 그 자리에 가스 충전소가 생긴다고 했고 동네 사람들..